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디지털 생존 방정식, API 경제
코로나19 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해 전 세계 기업들이 앞 다퉈 디지털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팬데믹이라는, 그 누구도 예기치 못한 변수로 말미암은 많은 기업의 적극적인 디지털 변혁에 대해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는 “2년 걸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불과 2개월 만에 이뤄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응용프로그램개발환경(API) 경제는 최근 몇 년 동안 디지털전환을 위한 핵심 성공 요소로 주목받아 왔다. 일찍이 디지털전환에 투자한 기업들이 API를 이용해 더욱 빠른 신규 서비스 출시, 부가가치 창출, 생태계 확장과 같은 성공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지난 4월 채팅, 음성, 영상 통화 API 기업 센드버드가 약 1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으며 국내 첫 기업간거래(B2B) 솔루션 분야 유니콘으로 발돋움했다. 이를 시작으로 향후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API 경제가 더욱 빠르게 성장하는 데 크게 세 가지 주요 동인이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서비스 이용자의 증가와 업계 내 경쟁 심화로 기업들이 클라우드 및 마이크로서비스 기반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API 수요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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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및 모바일 서비스 이용자는 매우 가파르게 증가했다. 센드버드 이용 데이터를 보면 배달의민족, 딜리버리 히어로, 레딧 등 센드버드의 메시징 API를 이용하는 애플리케이션(앱) 전반에 걸쳐 클라우드 기반의 월간 사용자가 2021년 9월 기준 2억명에 육박했다. 2020년 월간 이용자가 9900만명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불과 1년 사이에 무려 100%나 성장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제품 출시와 신사업 개발을 서두르는 환경에서 민첩한 비즈니스 대응을 가능하게 해 주는 마이크로서비스 기반 시스템이 각광 받으면서 API 수요는 그야말로 폭증하고 있다.
둘째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Software as a Service) 기반 소프트웨어(SW) 시장의 성장이 API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SaaS는 쉽게 말해 넷플릭스 멤버십처럼 월 사용료를 지불하고 SW를 이용하는 서비스 카테고리다. 코로나19로 말미암아 전 세계로 재택 및 원격 근무가 확산하면서 생산성과 협업 툴, 보안 인증과 같은 SaaS의 구매가 대거 이뤄졌다. 또 SW 및 정보기술(IT) 투자의 결정권이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나 일부 임원이 아니라 각 팀 단위로 이동하면서 SaaS 시장은 지난 2년 동안 가장 빠르게 성장한 기술 산업 카테고리로 인정받고 있다.
이 덕에 2020년 말 기준 시가 총액 상위 100개 SaaS 회사들의 합산 기업가치가 총 600조원에 이르렀고, 1년 만에 94%의 가치 상승을 이뤘다. 대부분의 SaaS가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의 이점을 누리고 있으며, 서로 다른 서비스를 매끄럽게 연결해서 통합하기 위해 API 수요는 앞으로도 급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적인 핵심 기술인재 경쟁이 제품 개발에서 외부 기술과의 협업을 촉진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API 경제가 자극받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잠시 주춤하던 채용 시장은 백신 접종으로 말미암은 기대심리와 더불어 기술 인재에 대한 경쟁적 수요로 과열되고 있다. 개발자에 대한 보상 수준 또한 비약적으로 증가하면서 반드시 집중해야 하는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모든 기능과 서비스를 내부에서 개발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반드시 직접 개발해야 하는 핵심 역량 외에는 가능한 한 외부 서비스를 이용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일어날 것이다. 결국 API 경제 도입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가 될 것이다.
API 경제를 견인하는 세 가지 동인은 코로나라는 현상을 넘어 더 큰 거시적 기술 및 산업 변화를 대변한다. 특히 클라우드 기반의 디지털전환, SaaS를 통한 기업 운영 및 효율화,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이라는 높은 파고를 앞에 둔 우리 기업들은 생존의 기로를 놓고 API 경제를 마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