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게임 시장 진출은 게임 개발사들에게 무엇을 시사하는가?
넷플릭스는 향후 소비자들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한 싸움에서 게임의 역할이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의 마이크 베르두 게임 사업부 총괄 영입 발표는 넷플릭스가 게임 시장 진출에 매우 진지하게 임하고 있음을 암시했습니다.
마이크 베르두는 게임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임원입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 AR/VR 콘텐츠 담당부서의 VP를 역임했지만, 이전에는 EA 모바일 게임 부서를 총괄한 이력이 있습니다. 게다가 징가, 카밤, 아타리, 레전드 엔터테인먼트 등의 게임 개발사에서도 일한 바 있는 게임 개발자 출신이자, 업계 사정에 통달한 베테랑입니다. 앞으로 베르두의 의사결정이 게임 개발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니, 업계 입장에서는 희소식인 셈입니다.
최근 베르두는 넷플릭스의 향후 계획에 대한 힌트를 던졌습니다. 9월 28일에 나이트 스쿨 스튜디오(Night School Studio) 인수 소식을 발표하며 개발 인재들을 영입한 것입니다. 또한 넷플릭스의 콘텐츠 수를 늘리기 위해 다른 게임 스튜디오들과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쯤 되면 넷플릭스의 계획이 전 세계의 게임 개발사 및 스튜디오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무엇보다, 개발사들은 넷플릭스의 시장 진출에 어떻게 대응할까요?
넷플릭스가 기반을 다지면서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약간의 여파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결국은 게임 업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델 개혁의 가능성
넷플릭스에는 2억 900만 명에 달하는 기존 사용자들이 있기 때문에 무료로 마케팅 노출 효과를 내고 적은 비용으로 게이머들을 유치할 수 있습니다. 관심을 끌어 모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규모 스튜디오나 인디 게임 개발사들에 비하면 시작부터 유리한 출발선상에 서 있습니다. 게다가 넷플릭스는 구독제 모델이라서 사용자 경험을 직접 관리할 수 있고, 수익을 내기 위해 광고나 인앱 결제에 의존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니 넷플릭스의 게임 사업은 광고나 인앱 결제를 통해 수익을 얻는 수많은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 넷플릭스의 게임 시장 진출은 게임 개발사들에게 엄청난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이기도 합니다. 만약 넷플릭스가 게임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한다면 다른 개발사들은 한 발 더 앞서 나가기 위해 혁신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게임 기획, 마케팅, 사용자 경험, 수익화 방식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일어날 것입니다. 혁신은 좋은 것이고, 개발사들이 지속적으로 플레이어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결국 게임 업계에 새로운 모델과 경험이 도입될 것입니다. 넷플릭스의 게임 시장 진출은 지금까지 개발사들이 전 세계 수십억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쌓아온 성과의 최고 정점을 입증하는 것이자, 앞으로를 위한 변곡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게임은 명실상부 주류 문화로 자리 잡았으며, 넷플릭스의 합류는 업계에 더 많은 발전을 불러올 것입니다. 이는 곧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In-app live streaming made easy.
협력의 길
대기업이 시장에 진입하면 기존 업체들은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기 마련이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과거 이력과 지난 행보들로 미루어 볼 때, 베르두는 게임 개발사 및 스튜디오들과 협력적인 관계를 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은 서로에게 이득이 될 수 있습니다. 개발사들은 넷플릭스를 통해 새로운 게이머들을 접하며 다른 게임으로 유입을 유도할 수 있고, 넷플릭스는 개발사들의 도움으로 게이밍 라이브러리를 더 빠르게 구축할 수 있습니다.
소규모 스튜디오나 인디 게임 개발사가 넷플릭스의 리소스 중 일부분이라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큰 일들이 벌어질 수 있을까요? 협력을 통해 엄청난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고, 개발사들은 더 정교하고 인터렉티브 한 요소들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특히 원하는 기능을 SDK로 더 쉽게 구현할 수 있는 지금은 적절한 도구들을 활용해서 이러한 경험을 매우 빠르게 구축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넷플릭스에는 막대한 자금력이 있고 개발사들은 기술을 통해 게임을 한 단계 더 진보 시킬 수 있는 지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넷플릭스는 게임 카탈로그가 풍부해지고 사내 팀이 잘 갖춰진 후에도 라이센스 계약이나 스튜디오 파트너십을 계속 유지할까요? 게임 사업 구축을 도와준 개발사들에 대한 넷플릭스의 태도가 돌변할 수 있다는 리스크는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는 넷플릭스가 추구해 온 방식이 아닙니다. 근래에 오리지널 영화와 드라마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작품성 측면에서도 높이 평가받고 있지만, 넷플릭스는 여전히 인기 콘텐츠를 플랫폼에 추가하기 위해 다른 스튜디오들과 계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자체 콘텐츠 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 구독자들은 재미있는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권을 추구하며, 이러한 성향은 게임에서도 유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쟁하거나 공존하거나
동시에, 많은 게임 개발사들과 스튜디오들은 다양한 이탈 방지책을 마련할 것이고, 대부분의 게임들이 매몰 비용으로 인한 당장의 효과는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기존에 플레이하고 있는 게임에 많은 시간, 그리고 인앱 결제를 통해 많은 돈을 소비한 게이머들은 굳이 이탈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금을 유도하는 게임에 대한 시선이 점점 악화하고 있는 만큼, 이 전략을 오랫동안 고수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넷플릭스에 매력적인 무과금 게임이 늘어나면 더욱 힘들어질 것입니다.
가장 효과적인 이탈 방지책은 커뮤니티, 혹은 게임의 구조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열성 게이머들입니다. 이들은 수 시간 동안 정성을 기울이며 다양한 모드(mods)와 유저 제작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다른 게이머들에게 더욱 풍부한 게임 경험을 제공합니다.
디스코드(Discord)와 같은 서드파티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게임 내에서 커뮤니티가 쉽게 만들어지고 번성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게임들은 사용자들을 더 오랫동안 머무르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유리합니다. 인앱 채팅과 같은 인터랙티브 도구는 게이머들이 개별 대화, 그룹 채팅, 또는 오픈된 공개 채널 등에서 소통할 수 있게 도와주어 더욱 풍부한 소셜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는 결국 게이머들 간의 단결을 강화하고 게임에 대한 충성도를 높여 줍니다.
마무리하며
넷플릭스가 게임 시장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넷플릭스의 진출이 다른 미디어 대기업의 출사표를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퀘어 에닉스의 엄청난 마케팅 노력에 불구하고 마블 어벤저스 게임이 실패한 이유]에 대한 기사가 지적하듯이, 한 산업 분야에서의 성공이 다른 분야에서의 성공으로 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통계에 의하면 사람들이 아직까지는 모바일 게임에 있어서 구독제보다 인앱 결제 및 광고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면, 미국 모바일 게임 사용자의 74%가 게임 아이템 등의 혜택을 받기 위해 광고를 시청할 의향이 있고, 82%가 광고가 없는 유료 게임보다 광고가 있는 무료 게임을 선호합니다.
결국 넷플릭스의 게임 시장 진출은 큰 실험인 셈입니다. 하지만 베르두가 지휘봉을 잡는다면 실패할 확률은 낮아 보입니다. 넷플릭스는 이미 두 차례나 사람들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소비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블록버스터 영화 대여 사업에서 스트리밍 사업으로, 그리고 다시 오리지널 콘텐츠로 방향을 틀어왔습니다.
종래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게이머들은 재미와 훌륭한 경험을 추구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의 경험만으로 모두를 충족시킬 수는 없는 만큼, 위대한 협력 또는 치열한 경쟁을 통해 다양한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충분한 여지가 있습니다. 앞으로 넷플릭스가 기반을 다지면서 몇 년 동안은 약간의 여파도 있겠지만, 결국은 게임 업계를 더욱 발전시킬 것입니다. 개발사들이 더욱 창의적이고 마법 같은 게임들을 만들어낸다면 결국은 게이머들에게도 득이 될 것입니다.